2008년 3월 30일

처참하게 망해버린 천리안

오늘 인터넷하다가 갑자기 예전 하드 잃어버리면서
손실된 자료를 찾고 싶어서 천리안 홈피에 가봤습니다.

제 기억에는 98-99년까지 확실히 썼는데
99년말 부터 망하는 조짐이 보여서 00년때는
잘 안썼던 것 같군요. 게다가 99년부터 어찌어찌해서
유료였던 천리안을 무료로 쓸 수 있어서 더 자주
안들어가지게 됬죠.

추가로, 집에 adsl을 설치해서 그냥 인터넷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천리안처럼 프로그램 통해 접속하고 인터넷 쓰는거에
매력도 느껴지지 않고.. 느리고..


그래도 대략 4년정도, 나의 인터넷 입문을 이끌어주고
즐거웠던 추억이 많았던 곳인데 너무 처참할 정도로
망하고, 당시 유명했던 동호회들도 이젠 파리만 날려서
참 쓸쓸하더군요. 01년이었나 02년쯤에
자체 프로그램에서 웹으로 넘어오면서 그 전에도 망할
조짐을 느꼈는데 그래도 설마했는데...
역시나... 사람들 다 빠져나가고,



제가 가입한 동호회 목록에서.. 몇 개는 사라지고
대략 7개 남아있는 것 중에 왕성했던 클럽 가보니
젤 마지막 글이 작년이고 -_- 1년에 한 3개 올라오고..
다른데 가니 03년에 마지막 글 올라와 있고 없어지진 않았고
자료실 자료는 다 없어지고...역시..
뭐 자료를 혹시나 하고 찾으러 간 나도 바보였지만
역시나.. 상황을 마주치니 씁쓸하더군요.



기왕 말 나온거, 유저 입장에서 왜 천리안이 망했는가 생각해보면..

첫째, 원치않는 업그레이드.

천리안 쓰면서 가장 인상적인 나쁜 기억입니다.
천리안은 중간중간 업그레이드를 많이 했는데
제가 이용하던 기간동안 이루어진 업글 중 한 번도 업후에
호평을 받은적이 없었죠. 처음엔 메일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약간 바꿨는데 바꾸고 난 후가 더 불편해졌습니다.ㄱ-
지금은 뭐 캡쳐도 없고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페이지 구성을 바꿨는데 하여튼 좀 불편했어요.

그리고 메모장 변경.
천리안 내에서 메모장. 즉, 즉석채팅 창을 바꿨는데 이게
반발이 엄청 심했죠. 처음에는 약간 큰 창에, 왼쪽에는
내친구 목록이 있고 접속 유무를 볼 수 있고,
오른쪽에는 대화창이 뜨는데, 대화명 앞에 얼굴모양
아바타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도 선택하고 바꿀 수 있고
하여튼 재밌게 생겼는데.. 너무 시대를 앞서나가
이 메모창을 완전 초 심플하게 바꿨죠.

그냥 네모창 하나가 상하로 나뉘어 있고,
어떤 장식도 없으며 위에는 대화창이고 (색깔로 아이디 구분)
아래는 대화 입력창. 끝. 완전 구글 스타일이었는데
그게 98년이었으니 반발은 대단했죠. 저의 당시 반응도
너무 건조하고, 썰렁한.. 그런 생각.

또 기타 소소한 메뉴화면이나 개편이 있었는데
바뀌고나면 사람들이 다 개리안 개리안 하면서
욕설만 난무. 잘했다는 칭찬 들은게 별로 없는 듯 하네요.

둘째는 운영자 문제.

천리안 말고 넷츠고 잠깐 쓰다가 천리안을 시작했는데
넷츠고에 비하면 천리안이 너무 좋았기에 ㄱ-
저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천리안만 쓰던 당시 친구 말을 들어보면
운영자들이 좀 게으르고 무성의한 답변만 한다더군요.

운영자도 천리안 속에서 자료실, 동호회, 시스템 등등
여러곳이 있지만 제 친구는 동호회 할동을 엄청 활발하게 했고
본인이 운영하는 것도 있었고 해서 동호회 영자를
매우 싫어하더군요. 뭐 고쳐주세요~ 해도 미리 작성된
기계적 답장만 온다든지, 별로 반영이 안되서 싫었다고...
친구가 영자에게 메일을.. 요걸 참 많이 보냈는데
나중엔 영자랑 친하게 멜 주고 받고 그랬다네요 -_-

어떤 영자는 신참인지 기계적 멜 보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답변해주고 끝에만 정해진 인삿말 갖다붙여서 보내는 성의도 있었고
오래일한 영자는 그냥 기계답장만 보내고 그런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까지...ㅡ.,ㅡ;;

셋째는, 좀 부수적인 문제이지만 요금.

모뎀접속 시대이다보니 전화요금도 비쌌고 (최고 한 3십만원 나온적이..)
요금제도 엄청 단순했는데,

쓰는대로 내는 요금제랑,
월 10시간 서비스하는 라이트,
월 30시간 서비스하는 정액제

그거 말곤 일반인이 사용할
요금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기억이 불분명..)
어쨌든 라이트 쓰다가 일반 정액제 썼는데
30시간도 뭐 하루에 2시간씩만해도 60시간이니까...
항상 정액제 오버해서 돈을 더 냈죠..ㄱ-;;



(셋째까지 써봤지만 역시 망한 이유는 업그레이드가 최고.
늘 유저 반발을 사면서 웹화 되기전에도 조금씩 회원이 떠나갔었던듯..)


그리고 많이 혼났죠 ㄱ-..
돈 때문에, 전화기 통화중이라고 맞았던 기억이...


처음 천리안 접했을때는, 재밌고 신기해서 너무 많이 하다가
밤 새고, 한 새벽 3시에 엄마한테 걸려서 진짜 막 맞고 ㄱ-
(발로 밟으시더군요........-ㅠ-)

띠-- 띠 띠 띠띠띠 이 접속 소리가 너무 커서
한밤에 몰래 접속하기 참 신경쓰였고,
그 때 활동하던 동호회도 참 재밌었는데..
요즘 까페나 클럽 이런거에 비해 아무래도 소규모고 해서
참 가족같고 돈독한 분위기였죠.

그리고 그 때는 모르는 사람과의 채팅이 인기있었는데
유행하고 한 1-2년 정도는 재밌었는데 그 이후로는
즉석만남 목적으로 변질이 되서 요즘엔 뭐 친구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즐겨 하던 것 중 하나가, 가끔 타자방 들어가서
분당 7백타 9백타 기록 막 깼었는데
벙개손, 버벅손, 신의손 등등 레벨이 있었고,


메일함에 보관해 논 메일은 그대로 있는데
의미있다 싶은 메일은 딱 한통이었고
그 메일 보니까 02년이더군요. 02년까지는 그나마
천리안 계정과 한메일을 주로 쓰다가 이제는
완전히 쥐메일로 갈아탔죠. 용량도 넉넉하고
문서교환용으론 이게 최고 안정적이고..
천리안처럼 확 망할 것 같지도 않고..
(나중에 또 구글을 압도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지만)


참, 저는 이야기나 새롬보다는 천리안 브라우저를 썼습니다.
그땐 제가 어려서;; 명령어를 잘 못외웠어요.
그래서 그냥 시각적인 브라우저를 더 선호했죠.
하지만 진짜 통신세대 분들께는 파란화면, 검은화면이 더 친숙하겠죠??


지금도 생각나는 몇몇 명령어
go simul (시뮬레이션 게임 동호회)
go pdsgm(자료실&게임자료실)
go humor(유머게시판-여기서 유명한 작가분도 많이 나왔는데..)


*젤 아쉬운건 웹화 하면서 자료를 안옮겨준게 젤 아쉽네요.
옛날 게임 공략이나 세이브파일 생각날 때가 많은데..
그것 말고도 당시 모뎀으로 올렸던 동영상 같은거...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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