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일

탈북자들이 쓴 수기 읽어 본 적 있으세요??

혹시 한국(남한)에 살면서 북한 사람 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습니다. 한 번이지만..



저의 경우엔 수능을 마치고
자취/자활이 걱정이되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돈을 타서 조리학원에 갔습니다.
자격증에는 관심이 없었고 실질적으로 요리의 기본
스킬을 배우고 싶어서요.
제 개인적으론, 청소나 빨래 등 주변환경 청결 유지,
바느질, 요리 이 세가지는 정말 인간으로써
혼자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라 생각하거든요.
정리정돈을 어디 학원가서 배우지는 않지만
다 커서도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어쨌든 시내 중심에 있는 꽤 역사도 오래되고 이름은
자주 들어본 요리학원에 등록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한 클래스가 두시간인데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을땐
어쩔수 없지만 자기가 정한 정해진 시간에만 와서
듣게 되있습니다. 자리가 정해져 있고 재료도 사람수에 맞게
준비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다닌지 2주후부터인가
수업을 하루에 두세 클래스씩 듣는 아주 열성적인
학생이 있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외모가 정말
한국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새까만 머리, 움푹 들어간 눈,
정말 빨간 피부.. 아메리칸 인디언이 생각나기도 하고..
하여튼 수업 시작 전 좀 일찍 가서 그 남자와 단 둘이
교실에 앉아 있는데 말 한마디도 없이 참 뻘쭘하더군요.
전 처음에 그 사람이 조선족이나 한국 요리 배우려는
중국인인줄 알았습니다. 한국말을 못 하는 아시아계 외국인..

수업 시작하니 질문 때문에 입 열고 말하는데 세상에
말투나 액센트가 정말 .. 낯설고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아주 강하고 투박한 느낌..??
그 조선족처럼 보이는 아저씨 학생을 본 이후로
거의 10여명의 탈북자 학생을 봤습니다.
나이는 6-70대 할머니 두분, 3-40대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20대 초반의 아가씨 등등

아저씨분들은 대체적으로 인상이 무지 강하게 생겨서
좀 꺼려졌고 나이 제일 어린 여자분에게는 말을 걸고 싶었는데
사실 좀 무서웠습니다. 그 당시에는..
말을 걸어도 되는건지, 말을 걸면 대답을 해줄지,
아마 당황하지 않을까..? 호기심 반 낯설음 반..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것이 많았는데 그 때 생각해도
남한사람으로써 내가 궁금한게 저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거나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질문이 아닐까 걱정이되서
못 묻겠더군요)

학원 원장선생님은
언제나 탈북 학생들을 보고 하하호호하는데
저는 사실 그 땐 어려서 좀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말 걸기가 꺼려진 결정적 계기가
말투가 티비에서 나오는 북한 사람들 말투보다 더 거칩니다.
부산 사투리도 거친편인데 부산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거침??


어쨌든 알고보니 학원에 대략 12명 정도의
탈북자 출신 학생들이 국비지원으로 다니고 있더군요.
탈북자분들이 보통 요리학원에서 자격증을 따서
반찬가게나 자기 식당을 차리고 싶어 하시더군요.
어쨌든 그 분들에겐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공부이기에..


한식 조리사 자격증의 실기 코스는 40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원에서는..)
하루는 제가 한시간 반인가 너무 일찍 학원에 가게 됬습니다.
다른데서 시간 보내기도 그렇고, 그냥 학원 조리실습실 옆에
작은 쪽 방같이 책상 아홉개정도 빡빡하게 들어가는
이론교실에 앉아서 빌린 만화책을 보고 있었죠 ㄱ-..
(수능후 만화책 늘 휴대)

잠시 만화책을 보니 대여섯명의 탈북 학생들이
다른 층에서 실습을 하고 들어와서 쉬더군요.
그 분들끼리 있으니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제가 눈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겨울이었고
이론교실 외에는 앉을 곳도 시간을 보낼 곳도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계속 옆에서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그 분들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듣다보니 안타까운 얘기들이 많더군요.
지원금 가지고 중국에서 물건 떼오는 작은 사업을
하다가 한국쪽 사장이 돈 떼먹고 날랐다느니,
하나원(?)에서 졸업후 처음으로 쪽방집을 얻었는데
전기세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어디에 내야 될지 몰라서
결국 단전이 되서 어제 학원도 결석했고, 하루종일
동사무소, 우체국 을 전전하다가 결국 돈을 낸 이야기,
가족이 부산에 온 이후로 다들 (자격증 관련) 공부만 해서
정착금 깎이는게 걱정되서 30만원으로 한달 생활을 하는 이야기 등..

기타 참 마음 아픈 이야기와
갑자기 다른 사회에 와서 아기처럼 부딪히며
배워가는 과정이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고
특히 젊은 여자분이랑은 친구로 지내고도 싶었는데
그 때는 주제넘게 생각하거나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말도 못 걸었었죠.

그 때 진심으로 탈북자를 돕는 봉사활동 같은게 있으면
해보고 싶어지더군요. 하나원에서는 대체 뭘 가르치는지..

그리고 학원을 졸업하고 까맣게 있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 날일이 생각나서 막 검색하다보니까
'탈북자 동지회'라는 사이트를 찾았네요.
가끔 가서 탈북자 수기를 읽고 부끄럽지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솔직히 처음 탈북자분들이 쓰신 수기를 읽었을땐
너무 고통스러운, 슬픈, 그리고 너무 상식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져서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정말 탈북자 분들이
직접 쓰는 일이니 그럴리도 없고..

하여튼 오늘 오전에 친구와 북한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와서 한 번 사이트에 들른게
글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탈북자 수기를 읽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를 권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