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1일

식상한 말이지만 조기 한글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경제적 자유가 없으니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돈을 벌어보자..해서
역시 제일 만만하게 돈 벌수 있는 것은 과외!!

(이 나이에 시급 몇 천원 받으면서 알바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는 없어서...ㅡㅡ;;)

현재 두 개를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초1 과외 입니다..

저는 외동이고, 제 주변에 어린 애도 없고,
엄마의 친구들도 다 엄마 나이 또래고..
그 말인 즉슨, 아줌마 통신에서도 어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 최신 뉴스를 들을 순 없다는 뜻이죠..-_-


그래서 요즘 어린이들의 공/사교육에 대해선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는데, 요즘 이 꼬마를 가르치면서
조금 관심이 생겼습니다.


뭐 대단한 걸 가르치는 건 아니고
그냥 학원에서 배운 걸 옆에 앉아서
복습 할 때 잡아주고 그 정도인데

지금 8살인 이 아이..
알고보니 어릴 때 영어유치원을 다녔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어 어학원을 다니고..

이제 가르친 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첨에 가르쳤을때 이 아이, I 와 You를 헷갈려 하더군요.
ㅡㅡ;;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요즘에 비하면 뭐 유아기 사교육의 경우는
거의 무공해 수준이었죠. 영어 유치원 이런 건 없었고,
유치원에서 영어 교육은, 제가 다녔던 유치원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쌔써미 스트릿 만화 틀어 준 정도..

물론 저는 무척 지루해하고 잠 왔었지만
그 괴로움이 강렬해서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영어 유치원을 다녔더군요.
수준을 봤을땐 그냥 말 그대로 놀다 온 것 같더군요.



어쨌든 저는 보수를 받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르치는 게
저의 일이니까 그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끔 가르치는 교재 보다 좀 더 많은 상식을 이야기 해 줘도
이 아이, 심각하게 못 알아 먹습니다.
물론 초1이지만...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언어 이해력, 사고력이 제가 1학년때보다 떨어지는게 신기.
제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 학교 말고는
거의 방목 상태였거든요..ㅡㅡ;;
지적 자극이 거의 없었지요.

아이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말하는 걸 이해를 못 합니다.


그래서 영어는 그런대로 곧 잘 하는데
이해를 못 해서 내심 당황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 아이 혹시, 경계성 장애라고
정상과 정상이 아닌 그 선의 애매한 부분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 아닐까 의심 또 의심..
(진단은 의사가, 처방은 약사가..ㅡㅡ;;)


예를 들면, king이란 그림을 보면서 '킹'이라고 읽고
'킹' 그림은 이해해도 뜻을 물으면 한글로 대답을 못하질 않나..
dragon을 읽을 순 있어도 이걸 '용'이라고 대답을 못하질 않나...

하여튼 이 아이의 어휘 능력이 심각함.
물론 엄마에겐 말 안했죠.
뭐 내 자식도 아니고.. 이 어머니는 아이교육에서 영수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괜히 말해봤자 서먹해 질 거고, 말한다고 해서
국어교육을 더 할 것 같지는 않고..

하여튼 제 경우에도 1살 일찍 학교 들어가서
초1때 상당히 어리버리 했지만, 그리고 사교육 없이 학교에 들어갔어도,
한글 이해도는 이 정도는 아니었었는데..
뭐 제 자식이 아니니 지적은 안했습니다.

한 가지 더 예전에 들은 다른 심각한 경우.
친구 아파트에 초등학교 2학년인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엄마가 일찍이 조기 영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어릴 때 맨날 애들이 보는 영어 뽀뽀뽀 같은 거 틀어주고,
영어 동화책 읽고, 문제 풀고, 그랬는데 문제는 이 아이가
초2 될 때까지 한글도 영어도 제대로 못 한다는 것. ㅡㅡ;;

한 마디로 아이가 벙어리가 된 거죠.
이제 그 아이도 초6쯤 됬을텐데
이젠 말 제대로 할 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아무리 외국어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도,
한국 사람이고 생활터전이 한국이라면
국어 교육이나 철저히 하고 그 다음에 외국어를 가르쳐야지
아무리 제2외국어인 영어를 열심히 가르쳐도 미국이나
영어권 같은 현지 수준의 환경 제공은 안되고
모국어 기초를 닦는 것만 방해하는 꼴이 될 건데
엄마들 너무 영어에 올인하고 국어는 가만 있어도
다 배워진다고 생각하는데...

이 아이.. 한국말로 새로운 단어나 아주 쉬운 기본 단어도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합니다...
그 말 뜻은 독서 부족 & 새로운 한글 단어 자극 부족..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뭐 제 아이 아니니까 일단 제 책임 안에서 가르치겠지만
아마 점점 갈수록 이 아이는 왠지 공부하는게 힘들어질 듯 하네요.
아니면 제 예상을 깨고, 영수 만능형에 나중엔 엄마 의지대로
중국어까지 구사하는 인재가 될 지..
계속 이 아이를 가르치게 된다면 후기도 한 번 써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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