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본어 수업이 있었으나 차에 기름 넣고
이리저리 시간을 약간 뺏기고 20분쯤 늦게 들어가니
원래 일본인 선생님이 할 시간인데 호주인 선생(이하 호선생)이
들어와서 수업을 하고 있더군요.
호선생이 이 일본어 쓰기 코스의 담당자이긴 한데
사실 일본어야 원어민인 일본선생이 더 잘 알고
더 잘 가르치지만 어쨌든 행정권력은 호선생이
쥐고 있기에 주요 사항 전달이라든지 수업방향은
호선생이 잡고 일본선생은 따라가는 그런 체제로 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호선생이 엄하기가 한국의 왠만한 선생 이상이라
이 선생 시간엔 조금만 트집 잡혀도 곧 잘 찍히기에
몸조심을 하는게 좋은데 일본선생이겠거니 기분좋게
걱정없이 걸어서 교실에 갔는데 호선생이 있어서
제가 깜짝 놀랬죠.
표정관리도 못하고 아주 대놓고 놀래줬죠.;;;
들어가서 잠깐 새단원에 들어가는 한자 공부
획순, 부수, 뜻 등을 배우는데
사실 어릴때 서예학원을 좀 다녀서
한자는 호주애들보다 훨 낫고
이렇게 기초 쓰기반에서 배우는 글자 정도야
다시 보니까 기억이 살아나고 하는데 역시
저의 약점은 짧은 배움으로 인한 표현력 부족..
제 배움이 지금 반에서 가장 짧아서 반 순위
꼴찌라는건 이미 부끄럽지 않게 말했었고..
어쨌든 한자공부 후, 지난주 금요일 친 시험지를
나눠주더군요. 하필 오늘 앉은 테이블에는
저보다 전원 다 한자를 잘하는 호주애들만 있는데
점수보고 너무 부끄럽지 않나 걱정이 들더군요.
저보다 일본어 잘하는애 2명,
일본어 조금 더 잘하고 참 찌질한 호주애 1명,
그냥 고만고만한 애 1명.
특히 일본어 잘하는 2명 중 한명은
솔직한 말로 '오덕후'의 서양백인 버전이라고
할 정도의 외모와 특성의 소유자.
가방에 백엔짜리 뽑기에서 뽑을 수 있는
여러 게임 캐릭터 미니피겨 주렁주렁,
공책 같은데 붙은 스티커도 어디서 구했는지
일본 애니 캐릭들, 결정적으로 몸무게는 한 백키로쯤
되보이는데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정말 궁금하게
심하게 떡진데다 떡비듬...(농담 아니고 진짭니다..OTL)
그리고 제가 비염이 있는데 그 오덕후 테이블에서
두테이블 떨어진데 앉아도 오덕의 안씻은냄새가 납니다;;
그 정도니 정상후각을 가진 다른 사람은 어떨지
참 안습입니다만 다 큰 성인으로써 그렇게 사는 오덕도
오덕이지만 다른 급우들;도 아무 말이 없는게 현실이죠.
선생이 시험지를 하나 둘 씩 나눠주고
대놓고는 못 보지만 주위를 살피니
오 왠일!! 오덕씨는 저보다 잘했지만 또 다른
우리테이블의 일본어 강자의 점수가 저보다 낮았어요 ㅠㅠ
제 점수는 반 전체에서 중상정도..
처음 반에 들어가서 정말 다른 급우들에 비해
배움이 너무 짧은 상태에서 중급반에 들어와
심하게 허우적거리고 일본어를 독학속성완성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죠.
선생왈, 전체 19명 중에서 한명은 시험 점수가
너무 낮아서 패스 못 했고, 최고점자 발표하고
점수가 좀 낮아도 그룹과제와 기말 열심히 하면
코스 패스 가능하니 걱정말라 그러더군요.
그리고 시험 문제 풀이 들어가고...
한참 풀이 보는데 뭐 보니 제가 그 당시 집중력이
좀 떨어진 상태에 빨리 시험 마치고 일 하러 가야하는
상황이라 좀 신속하게 풀었는데..호선생이 늘 강조하는게
시험에서 지문 해석 같은거 할때 일일이 하나하나
다 읽으면 시간 모자란다고 겁준것도 문제를 좀 빨리 풀게한
원인이었는데 시험지 앞에 누가 연필로 낙서를 해놔서
봤더니 당시 시험 감독이었던 일본선생이
(영어와 일본어로)
"교실을 가장 먼저 떠난 학생. 단 한시간만에.."
요렇게 써놨더군요 ㅡㅡ;;
그거 보고 막 웃었습니다. 뭘 이런걸 써 놓는지..;;
(이게 호선생 귀에 들어가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점수가 날림공사 했던거에 비하면 꽤 괜찮아서
전 만족했죠.
그리고 생각보다 호주애들의 점수가
굉장히 높진 않아서 만족스럽고..
조금 열심히 하면 학기초 걱정과 다르게
이 코스 잘 끝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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