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5일

꽃술 날리는 봄이네요.

7,8월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9월 말로 가면서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밤에 동네 산책 돌아다니는 것도 훨씬 덜 춥고
여하튼 나다니기에 딱 좋네요.
그래도 낮의 햇볕은 여전히 따갑고 덥긴 한데...


어제는 잠시 친구네 집에 차타고 갈려고 하는데
앞뒷유리에 집 앞마당에 심어진 꽃나무?에서
꽃술이 심하게 떨어져서 좀 털어내기도 해야하고
밤에 밤이슬이라고 하나 서리가 끼어서 김서림 방지제도 바를겸
유리창을 닦으며 꽃술을 보니 작년 생각이 나더군요.

사진의 꽃나무는 저희집 대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심어져 있는 나무입니다. 이름은 옛날에 들었었는데 기억이 안나고
편의상 꽃나무로 하겠습니다.

작년 9월인가 10월인가 이맘때쯤
중간고사 때문에 방에서 공부하던 일요일이었는데
밖에서 새들이 요란하게 울더군요.
창 밖을 보니 그 꽃나무에 녹색앵무(이름불명)와 코카투라고
왕관앵무(흰 색에 머리가 모히칸)들..그리고 다른 참새 같은
새들이 싸우면서 꽃나무의 꽃 속 꿀을 먹는다고
십여마리가 시끄럽게 퍼덕거리고 울고 시끄럽더군요.


그래서 제가 밖에 나가서 나무 밑에서 째려봤습니다.
새를 쫓을 목적으로...
전혀 개의치 않더군요 ㅡㅡ;;
그래서 마당에 장식용으로 깔려있는
작은 자갈을 마구 던져서
서너차례 쫓아냈습니다. 오면 또 던지고...
오해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명중이 아니라
쫓아낼 목적으로 던졌습니다. 겨냥해도 명중도 안되더군요.

그렇게 십분쯤 시간 버리면서 돌 던지기로 새들을
쫓아내니 약발이 한 삼십분 쯤 가더군요.
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던지 옆집 지붕이나
우리집 지붕, 다른 근처 나무에 앉아서 처다보기만 하고
일부 아예 날아간 새들도 있고..뿌듯해하면서 공부를 다시 하는데
삼십분이 지나니 다른 새들과 지켜보던 새들이 또 나뭇가지 꺾어져라
앉아서 꿀 먹겠다고 싸우더군요.

방학이거나 특별히 해야 할 게 없었다면 마음편하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즐길수도 있을텐데
그때 신경이 날카로와서 도저히 듣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내린 결단...

꽃술을 모두 잘라내자.. -_-
실행했습니다.
꽃술을 보면 익었다고 해야하나 원래 연두색인데
익어서 주황색으로 변한 것들이 있고 연두색인 것들이 있는데
가만보니 새들이 먹는 건 주황색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집에서 쓰는 문구용 가위를 들고 나와서
주황색 술을 다 잘랐습니다 ㅡㅡ;;

일단 손 닿는데는 다 자르다가
막 자르고 있으니 저희 집의 흑인 친구가 밖에서
들어오더군요. 저보다 키가 커서(183cm) 일단 제 힘으로
다 잘라내고 그 이후엔 이 친구에게 나무 위 중간
하여튼 손 닿는데 다 자르게 하니 나무엔 초록색 꽃봉오리만
남더군요. 마침 집주인아들도 없고.... ㅎㅎㅎ
완벽범죄를 위해 자른 꽃봉오리는 모두 쓰레기통에 넣고
다른 쓰레기 봉지를 위에 덮어주는 센스 ㅋㅋㅋ

꽃술을 자르는 와중에 새들이 막 옆에서 뭐라하고 시끄럽더군요.
다 자르고 조금 떨어진데 서서 새들의 반응을 관찰하니
제가 없어지니 하나둘씩 다시 나무로 돌아오고
막 여기저기 폴짝폴짝 가지에서 가지로 이동하면서
고개를 막 갸우뚱거리더군요. 그러더니 먹을게 있나 없나를 살피고
먹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하자 예전엔 전혀 가지도 않던
옆나무에 가서 먹을 걸 찾아보고 다시 원래 나무로 돌아오고...
한참 원래 나무에서 별 소리 없이 갸우뚱 거리다 20분쯤 지나니까
완전히 가더군요. 몇몇 새로 지나가던 새들이 좀 시끄럽게 굴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먹을게 없다는 걸 알고는 다들 날아가더군요.

새들 먹을거리와 꽃나무의 번식?에 조금 지장을 주긴 했는데
그땐 너무 시끄러워서 제 이기심에 나무를 조금 잘랐습니다.
올해는 아직 시끄럽지도 않고 한데
다만 제 차 유리창에 너무 자기 흔적을 남겨주네요.
이틀에 한번씩은 닦아주고 있습니다.
유리창을 닦으면서 그 일 생각이 나길래 한 번 끄적여 봅니다.

*한가지 느낀점은 대왕앵무가 더 똑똑하더군요.
참새과라고 썼는데 찌르래기라고 해야하나...하여튼 보통 조류는
제가 10분여 열심히 꽃술을 치는걸 봤음에도 상황 파악 못하고 한참
서성인 반면 앵무류는 제가 자리 뜨자마자 나무를 살피더니
먹을게 하나도 없다는걸 인식하고 미련없이 날라가더군요.
지능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깜빡하고 안 쓴 기쁜 소식.
제가 지난달에 쓴 커먼웰쓰뱅크(Common Wealth Bank)에서
새로 개설한 계좌에 이자가 한 달만에 $5.76 붙었더군요.
한화로 하면 4500원쯤 되겠네요. 뭐 제가 얼마 넣어놓았는지는
비밀이지만 더 많이 넣어놨으면 돈을 좀 더 받을 수 있겠네요.
소액이지만 공돈이 생긴걸 보니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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