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9일

수건을 접다가...

일요일 오후 빨래를 개는데
수건들이 엄청 뻗뻗해진게 느껴졌다.

한 4년전에 이사오면서
나름 '송월타월'로 새로 사온
수건들이었는데.. 면수건도 시간이
지나니 아무래도 점점 때타월로 변하는 느낌;;

거친 수건하면 생각나는게
호주에 있을때 하우스 메이트였던
짐바브웨 흑인 친구.

한가지 특이했던 습관은
남들은 다 그냥 샤워부스에서 샤워를 하는데
그 친구 혼자만 때를 민다는 것..??

한국식이라면 때를 밀때 씻고 탕에 들어가
몸을 좀 불리고 그 다음에 땟수건으로 때를
벗기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늘 쓰는 아주아주 물빠진 빨간 수건으로
(연분홍과 연보라가 섞인 듯한..??)
플라스틱 손잡이 달린 바게스라고 불러야하나
물통에다가 적당히 온수를 부어서 수건을 적시고
비누로 온 몸을 때 밀듯이 그렇게 매일을 씻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ㄱ-;;
왜냐하면 씻는걸 직접 봤기 때문에....





는 아니고 -_-,

그 친구가 화장실 쓰고 나서 들어가보면
일단 샤워부스는 물기없이 바싹 말라있는데
욕조는 물 범벅에 욕조 밖으로도 좀 물이 튀어있고
그 수건은 수건걸이에 축축한 채 걸려있고
거의 한시간정도 씻는데 보내다보니
화장실 안이 수증기로 꽉 차있기 때문..
그리고 난 때밀이문화를 알기 때문에
그 정도 정황으로 대충 사태 파악이 가능했음.;;


하여튼 왜 그렇게 불편하게 힘들게 씻나..
생각해봤는데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일단 자기 나라가 만성 물부족에 시달려서
그 물통의 물 한 번 가지고 씻는 것도
자기 나라에선 사치일 가능성,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기숙사에선 겨울에도 온수가 안나오고 자주 단전이 됬다는
말을 봐서 아마 상황이 좋지 않은 곳에서
적은양의 물로 씻다보니 습관이 되지 않았나?하는 점..

뭐 이 정도로 추론해봤다.

그 친구가 수건을 거는 옆자리에는
항상 내가 수건을 걸어놨는데
한번은 손 닦다가 실수로 그 친구 수건에
손등이 스쳤는데..



베여서 피 나는줄 알았다 ㄱ-


그저께 4년된 송월타월의 한 3배정도는 더 거친 강도였으니
이론상이면 12년된 수건..!!
하여튼 마른상태의 그 수건은 걸려있는 모양이 그대로
유지될 정도에 만지면 초록 땟수건의 5배는
될 정도로 거칠었음...;;


그 정도되면 물로 적셔도 미는게 아니라
깎는 수준일텐데.. 뭐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지만..
거친 수건을 접다보니 오랫만에 그 친구 생각이 났음.

비록 그 친구가 아주 독실한 크리스쳔이라
(의대생인데 장래에 자기나라에서 무료치료와
고아원을 운영하는게 꿈. 목사도 되고 싶어함..;;)

교회에 안다니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아주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친구로썬 괜찮은 친구..
너무 착해서 문제인 친구..

기억력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정신 놓는 면이 있어서
가끔 오븐속에서 불을 내거나
계란을 전자렌지에 돌리거나
가스렌지에 팬 올리고 달구는 사이 방에 들어가서 까먹어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거나
고물 중고차타고 고속도로에서 150정도 밟아서
고속도로에서 조난당하거나...
목욕하면서 한시간 내내 찬송가를 졸라 크게 불러서
화장실 근처 방인 내 방에 소음피해를 준거..

뭐 이런점만 빼면 괜찮은 친구였는데 -_-...
(천성이 아주 착한건 사실)

갑자기 수건 접다가 생각이 나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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