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9일

내 자식은 영어유치원 안보내야겠다 ㅡㅡ;;

사실 쓸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주제인데...
(고민 거의 한달 + 귀차니즘)

제가 알바로 초1 어린이를 과외하면서
느낀 점인데 영어조기교육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의외로 세상이 좁기 때문에 적당한 가명과
너무 자세한 신상은 안쓰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아이는 '호돌이' ...





저는 호돌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보다는
호돌이가 영어학원에서 배워 온 것을
복습해주는 뭐 그런 역할로 과외를 시작하게 됬지요;

그런데 호돌이의 하루는 참..
8살짜리의 하루라기엔 빡씌더군요.

학교 갔다와서 한 삼십분 쉬었다가
영어학원-피아노학원-집에 와서 휴식&저녁 식사

식사하고 한 삼십분 후엔 제가 와서 영어 복습하고
저 가자마자 수학 학습지를 풀고
보통 11시에 잔다고 ... ㅡㅡ;;



제가 초1때는 8시에 잤었죠;;
8-9시 사이에 자도록 엄마가 유도를했고
아무래도 21세기에 사는 호돌이와
20세기에 살았던 제가 -_- 똑같은 생활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좀 무리긴 하겠지만
초1 짜리 애가 11시 어떤때는 12시에 자면
애도 피곤하고 키도 안 클것 같고....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호돌이를 계속 가르치다보니
애가 수업 한 이십분만 하면 심하게 조는 현상이...

왜 이러나 싶어서 물어보니
(수업태도가 나쁘거나 하기 싫어하는건 아님)
너무 피곤하고 잠이온다. 자고 싶다.
뭐 이런 말을....

순간 제가 고3 수험생을 가르치나...??하는
착각이 들더군요.


하여튼 올해 초1인 호돌이의 말에 의하면
자기는 작년부로 만화영화를 끊었답니다;;;


만화는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라면서
자기는 티비는 오로지 ebs에서 하는
영어채널 그것만 본다고... (어머니의 뜻으로)



어쨌든 호돌이를 가르치면서 조기영어교육이
과연 괜찮은가...?? 의문이 들었던게
이 아이 어휘력이 너무 떨어지는 겁니다.
한글, 영어 둘 다 애매하게요...
(둘 중 하나가 탁월하지도 않음)


우선 아이가 한국말이 서툽니다 -ㅁ-;;;
왜냐면 이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다녔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엔 제대로 된 영어유치원이
아닌 듯 싶습니다. 영어유치원만 하는 유치원이
아니라 요즘 영.유. 장사가 잘 되다 보니
중고등학생 영어학원이 낮시간에는 빈 교실에서
영.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애들 가르친 것 같거든요.
원래 영.유. 전문학원이 아니라...

뭐 직접 보지 않아서 함부로 말할순 없지만
적당한 유아용 교재 선정해서 한국/외국 선생님이
가르친 것 같은데 (물론 영어로만)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어린이들이 당연히 알아야 될

'꿈틀꿈틀, 꾸물꾸물, 움찔움찔, 깡총깡총' ...

이런 단어를 모릅니다 'ㅁ'!!!



이것 역시 저한텐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제가 외동이라 동생을 키워보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주변에 딱히 어린애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요즘 애들이 어떤가 잘 몰랐는데 호돌이를 통해서
조금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꿈틀꿈틀이 무슨 말인 거 같아? 물어봐도
추측조차 못합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뭐냐고 되려 물어보고..

그 날 교재에 꿈틀꿈틀이란 영어단어와 한글 뜻이 나와있는데
이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나왔지만 그렇다고 영어로
그 표현을 아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하는 한국말도 자세히 들어보면 좀 이상합니다.

이젠 시간이 좀 흘러 기억도 잘 안나지만...

예를 들어...

'선생님이 오늘 학교에 철이를 야단맞았어~'
이러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야단치셨어' 해야 할 것을 저런 식으로 표현..
몇가지 좀 답답하게 말하는게 있던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래서 한 번 진지하게 어머니에게 지금 호돌이는
영어가 더 앞서있다 한글보다..라고 말을 했는데
호호 웃으며 너무 좋아하심 -_-
그런 뜻으로 난 말한게 아닌데...


물론 호돌이가 지금 말이 서툴고 한글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평생 저러진 않겠지요.
뭐 나중에 중고등학생 됬을때는 평범한
모습일거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제가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1.영어유치원을 다녔다고는 하지만
처음 만났을때는 I와 You도 헷갈리는 상태

2. 영어 동화책을 같이 읽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을 못하는 듯한 인상.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됬어요?
하는 궁금증 보다는 삽화의 구석진 곳에 그려진
새나 사람이 웃기게 생겼다..는 등에 더 관심을 둠.

3. 한국어 이해력이 많이 떨어지고 표현도 잘 모름.
(계절과 현상에 대한 것을 영어로 공부했는데
겨울에 눈이 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 'ㅁ';;
매년까지는 아니어도 부산 살면서 눈 두세번 보긴 했다는데..)

4. 3번과 연결된 문제인데 문제 이해력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이 하는 한국말 자체를 이해하는지 의문스러움.
너무나 쉬운 단어도 모르고 있는 상태임..

5. 국어문제집 역시 사교육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집의 문제는 잘 푼다고 함. 그러나 실제 언어능력과는
무관한 듯... 오히려 국어문제집을 잘풀기 때문에
엄마는 자식의 언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못느낌.



하여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한국에서 살 것이라면 한글부터 당연히 튼튼하게
가르쳐야겠다는 진부하지만 평범한 진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자식이 언어측면에 대한 재능을 부모가
잘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라는 점. 모국어를 무리없이
구사하는 것은 정상인데 거기에 +@로 다른 언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외국어에 대한 재능과 관심이
필요한데, 아이의 관심이 사회적 대세가 외국어 능력자라고 해서
꼭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다른쪽에 있을 수 있으니까...


마지막 사족으로 아무리 요즘 어린애들이 이것저것
많이 배운다고는 하지만 몇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어린이 자체는 어린이인데 무거운 스케줄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니 참 불쌍하더군요. 부모도
불쌍하다고 하면서 본인들 마음이 불안해서
학원에 보내는 현실. 그리고 너무 성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 탓인지 노골적으로 공부 못하면 친구 없다 라든지
바보 되고 싶냐..? 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또 문화충격을..;;

그래서 그런가 애가 칭찬 해줘도
그래봤자 자기는 자기반에서 제일 영어 못 한다고 -_-;;
부모님이 평소에 너무 1등 아이와 비교를 한 듯..
뭐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는게 신기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흥미만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줘도 조기교육의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과외라는 걸 통해서 요즘 어린애들의
생활을 대강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자식 교육 계획도
어느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를 보면서 제 마음은
절대 자유방임과 조기 영어교육은 안해야겠다..는
걸로 굳었는데 또 살다보면 바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호돌이의 양육방식은 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리고 모든 영어유치원이 저런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글: 영어유치원보다는 교과서나 바꿨어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