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0일

한류의 폐해? -백만번 받은 질문-

후.. 요 며칠 포스팅이 좀 뜸했네요.
미투데이에 써 놨듯이 집 뒤뜰에 뱀 나왔던
동영상을 올릴려고 40분이나 기다렸는데 끝에 나오는
단 하나의 에러메세지.. 기타 과제의 압박으로
포스팅이 많이 뜸하게 됬습니다.

지난주 주말이었나요...
엠에센에 들어갔는데 제 오랜 친구,
주로 네이트를 써서 거의 엠에센에 안들어 오는
친구가 올만에 로긴을 했길래 무척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말을 걸더군요.
제가 거의 3년전쯤에 만난 대만 친구였습니다.
그 때 제가 친하게 지내던 대만 친구의 친구였는데
하여튼 친해져서 잠깐 만난 사이지만 넷상으로 틈틈히 연락을 합니다.


그날 오랫만에 말을 걸길래 제 오랜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멀티챗을 했습니다. 뭐 자기는 곧 대학원을 졸업하고
졸업하면 아마 한국에서 2-3년 정도 일 할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뭐 이 친구로 말하자면
상당한 한류매니아이고, 벌써 한국에 네 번 정도 여행을 왔습니다.

그날도 근황얘기로 처음 시작을 하다가 이내 질문을 시작하더군요.
드라마,영화 이런 이야기...
그 날의 첫 질문은, 한국 사회는 남성의 힘이 막강해서 여자가
사회에서 거의 활동을 못하지 않는가, 한국 남자들은 남자가 여자위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옛날에는 드라마,영화를 묻더니 질문의 단계가 레벨업을 했네요ㄱ-
그러면서 Chauvinism (스펠은 v가 b일수도..) 아니냐고 묻더군요.
쇼비니즘이 뭐냐 쉽게 말해라고 하니 말로 설명하던데
뭐 소위 말하는 마초문화 그런 뜻이더군요. 솔직히 짜증이 좀 났습니다.
그래도 설명은 했죠.

네가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서양에 비교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서양에서도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에 대해서 불평하고
어느나라에 가도 여자는 약자다. 그리고 개개인의 성향은
그렇게 한마디로 단정짓기 어렵다. 물론 마초적인 생각을 가진 남자도 있고
아닌 남자도 있다. 아주 나이든 부모세대나 어린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게 일반화 할 수는 없다고 일단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음 질문은
한국 사람은 정말 애국적이다.왜 그렇게 애국심이 강하냐? 라고 영어로 쓰고는
한국말로 (어디서 찾았는지) "Koreans:열광적 애국주의" 라고 치더군요 -_-;;

뭐 어디서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이런 영화를 보고 그러나...
사실 이날 빨리 잘려고 대화를 접고 누우려는 차에 자꾸 질문을 하니
짜증나더군요. 질문 내용도 너무 한국을 정형화 시키는 내용이고...
사실 제 속마음은 그래 너희 대만에 비하면 열광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일본이 점령했던 식민지 시기가 중국 점령때 보다 관대했다고
일본을 동경하고 사모하고 악감정은 커녕 일본을 너무 좋아하는 대만에
비하면 한국사람들이 빨간 옷 입고 뭉칠때나 전반적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뭐 알겠니..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리고 나름 참고..
어느 나라나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네가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월드컵
응원때 하이라이트-_- 장면 모은 것만 보고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나 정치에 무심하게 별 욕심없이 사는 호주사람들만 해도
이번 06 월드컵때 얼마나 열광했는지 아냐,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를 보면
어느나라나 다 열광한다... 이렇게 말하니 자기는 02 월드컵때
한국인들의 응원이 이해가 안된다는군요 ^-_-^..

하... 사실 저 얘랑 친하고 애가 참 똑똑하고 똑부러져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저한테 한 질문이 참 그렇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자기가 벌써 한국을 네 번 방문했는데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왜 그렇게 친절하냐? 여자들은 전부 순하고
부드럽고 남자들은 모든 걸 다 해주려고 한다. 뭐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이 친구가 좀 운이 좋긴 했습니다.
작년 겨울에 자기 친구랑 둘이서 서울 관광을 왔는데
체류기간 2주내내 어떤 한국 남자 둘이 거의 내내 가이드 해주고
통역해주고 했답니다. 물론 처음에 영어가 통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관광도 시켜주고 밥도 사주고 막 그랬다는군요.
뭐 불친절한 사람 만나서 저한테 불평하는것 보다야
친절한 사람 만나서 이런 이야기 듣는게 훨씬 낫긴 한데...

그래서 제가 일단 대답을:사실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집에 온 손님에겐 극진한 대접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외국인도 그 차원에서 손님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라고 다 친절하고 유약한 타입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사람마다 정말 다르고 외국인인 너 앞에서 화내거나
뭔가 싸울 상황이 있는것도 아니고 한면만 보고 한국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네가 네번이나 한국을 방문했어도 체류기간이 한달 남짓 아니냐,
사실 네가 한국남자는 마초냐, 모든 한국민이 애국적이냐, 여자는 유약하고
사근사근하냐 뭐 이런 식으로 묻는다면 솔직히 나의 대답은 오직 하나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건 대만 너희 나라도 마찬가진데
우리 주변엔 마초,페미니스트,다혈질, 소심,편견을 가진 사람,편협한 사람,
관대한 사람,관광객을 노리는 도둑 등등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나도 처음 호주에 왔을땐 눈 마주치면 웃고(대부분 동양국가와 반대인 점),
길 물어보면 무지 친절하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매우 높은 친절도 등에
감명받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오늘에 이르니 결국 호주나 한국이나
사람은 똑같다는 생각이다. 너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거다.
정.말. 사람은 똑.같.다. 라고 느린 영타지만 최선을 다해 말해줬습니다.

그러니까 잠시 가만있다 하는말이 '그래, 니 말이 맞는 것 같다'라는군요.

사실 제 생각은 사람 종류의 다양성이야 정말 어느나라나 똑같다는 거고
이 친구가 3년전까지만 해도 안그랬는데 (그 당시엔 드라마,영화 즐기는정도)
지금 보니 상당히 한국문화에 심취한 동시에 너무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스스로 납득시키려는 조짐이 보이기에 한마디 해줬습니다.
물론 문화가 다르기에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에 경미한 차이는 있지만
정말 사람의 본질로 들어가면 똑같다는 얘기도 해줬지요 -ㅠ-

사실 요즘도 그렇긴한데 몇년전 중국계+중국계 동남아 친구들이 많았을때는
제가 한국인이라고만 하면 애들이 '아자아자 화이팅'을 외치거나 ㄱ-;;
Rain이 너무 좋다, 가수 누구, 영화배우 누구 아느냐? **그룹에서
누가 제일 인기 있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고,
요즘은 그런 중국계 아이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한국 남자는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느냐?
한국 사람은 밥 먹을때 이런다는데 정말이냐?
서울에서는 화장을 이런 스타일로 하느냐? 까지
한국인인 저에게 하는 질문이 연예/대중문화에서
문화/정서적 측면으로 조금 옮겨간게 느껴집니다.

제가 한국인이고 저에겐 너무 친숙해서 별로 의식은 안했는데
언론에서 말하는 한류,한류. 실제로 존재합니다.
일본쪽은 잘 몰라도 제 주변에 동남아와 중국계 아이들을 살펴보면
일단 드라마 다 봅니다. 중국,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태국
태국은 예전에 04년에 여행을 갔는데 잠깐 들린 치앙마이의 한 피씨방
계산하고 나오는데 카운터의 아저씨가 자기는 이 영화가 너무 좋다며
보여준게 문근영 주연의 어린신부 ㄱ-;;
위에 언급한 나라에서 다 드라마,영화를 개인적으로 보고, 티비에서
방송도 해주며 인기가 있다고 직접 친구들한테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류가 인기를 끄는건 좋긴 한데
문제는 너무 이 분들이 환상에 사로잡혔다고나 할까
드라마,영화 속의 한국을 너무 현실로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덕분에 저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정말 정말 많이해서
(제목처럼 백만번은 물론 아니지만)
예전에는 친절히 대답해줬지만 -_-, 요즘엔 문화/정서적 질문에는
사람마다 다르다로 일관하고 있습니다....(사실 정답 아닌가요..?)
그러면 뭔가 다른 대답을 원했다는 듯이 실망하는데
그런 영화,드라마 속의 말과 행동을 현실로 심어줄 수는 없기에..

뭐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의 한국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게
우리 미디어 상품에 몰입했다는 좋은 반증이기는 한데
제 개인으로써는 좀... ㄱ-... 귀찮네요 ;;;
사실 제 대만친구가 질문을 엠에센으로 할 당시에
너무 한국을 특정 이미지로 굳히기하는게 좀 짜증도 나고
요즘 오프라인에서도 중국계 친구들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귀찮기도 한 걸 블로그에 한 번 정리해 봅니다.

댓글 1개:

  1. 유학시절 친구이신가봐요. 저도 주변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조금 짜증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중화권보다 좀더 보수적인 면이 있는건 사실인 듯 합니다.
    물론 사이즈면서에서 '중화권'을 우리나라랑 비교하는건 좀 안맞을수도 있겠지만.. 대만이나 홍콩등 중공이 아니였던 지역, 현대화가 일찍 된 지역 쪽만이랑 우리나라랑 비교해보면 그런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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