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5일

자기 얼굴이 자기 책임이 아닌 사람..

우리 부서에서 제가 매우 관심있게 관찰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A라고 저의 상사 중 한 분인데...
나이 37세 아저씨에게 사적인 감정이 있어서 관찰한 것은 아니고
그 이유는 바로...

제가 이십몇년 짧은 세월 살아왔지만 제가 본 얼굴 중에 제일 무서운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조폭이란 사람들의 얼굴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노상에서요...
등치나 몸매 빼고는 무섭다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약간 무식한 인상을 받았지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리고 증명사진 보듯이 얼굴만 한정 지어서 보면
위압감을 주는 건 말투나 등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죠.

솔직히...정말 솔직히...
A라는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데 두 달 반이 걸렸습니다.
일단 사무실에서 말을 한 마디도... 하루종일 한 두 마디 할까말까..(그나마 인삿말)
하기 때문에 성격 파악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얼굴이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ㅠㅠ


키워드로 이 A의 인상을 표현하자면...오니... 일본어로 도깨비...


그 동안 근무하면서 회식 자리 및 사담을 나누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정리하자면...



1. 현재 부인이 고교 동창생인데 부부 동반 동창회 나가면 항상 친구들이 부인에게
남편이 폭력적인 성향이라 많이 맞지 않느냐?? 술 취하면 난동을 부리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대놓고 물어봄.

2.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치열이 고르지 않은 관계로 말할 때 컴플렉스였다함
(사춘기니까...) 그래서 어머니한테 교정 좀 해 달라고 졸랐는데 대학생 넘어서까지 부탁해도
절대 해주지 않았다함.(이유:교정해주면 연애한다고 ㄷㄷㄷ ㅠㅠ)
그래서 그것이 지금도 한이 되어 남아 있음.. (원래 인상+난잡한 치열=사춘기의 상처)

3. 고등학생 때 사실 많이 싸운 건 사실인데 전학생이라 싸움을 하도 많이 걸어서 응대한 것 뿐이었다고 함.

4. 슬하 딸, 아들 있는데 딸이 4살때 마트에 손 잡고 갔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어머~ 정말 넌 아빠 많이 닮았구나~" 이 말을 하니까 딸이 그 자리에서 엉엉~ 큰 소리 내어 통곡을 했다함.
당시 A씨 엄청난 충격을 받고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웠다고 함..(현재 딸 6살)

5. 솔직히 A씨는 딸이 2살쯤 됬을 때 얘는 날 닮았구나하고 바로 알아차렸다고 함. 그 이유가... 딸이 목이 없어서;;
부인은 3살 쯤 됬을 때 (부인=미인) 약간 아빠를 닮았구나 깨달았다가 위의 4번 사건 발생 후 바로 발레복 사서
발레 학원 보냈다 함. (목 길어지라고 ;;)

6. 군대 훈련소 시절... 동네에서 스포츠로 머리 한 번 깎았는데 훈련소 입구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다시 밀었다 함.
거의 0.5미리 반삭으로 입소했는데 동기들이 아무도 말을 안 걸어서 외로웠다함...

7. 상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한적한 도로에서 약간의 운전 실수로 뒤쪽 옆차선에서 오던 차를 놀래키는 일이
있었다고 함. 머지 않아 신호등에서 A씨와 뒷차 나란히 신호대기.. 옆차에는 20대 중반 남자와 연인이 타고 있었는데
이 남자 미친듯이 욕을 함. 일단 A씨가 잘못한 건 맞기에 계속 미안하다 함.. 근데 상대가 더 가열차게 욕을 하면서
(아마 옆자리 여친 때문에 허세였던 듯) 부모님까지 운운하니까 대폭발.. 아놔~ 하면서 내리니까 A씨 보고 바로
옆차 도망감. (A씨: 체감키 180, 몸무게 100키로, 실외레저활동으로인한 검붉은 피부, 깍두기 머리, 당시 흰셔츠 양복정장)

8. 군시절부터 항상 스포츠머리(깍두기) 고수.. 이유를 물어보니 머리가 커서 긴 머리 스타일로 하면
더 커보여서... 그리고 그 머리도 거의 2주에 한 번 이발하여 항상 매우 짧게 유지.. 역시 머리크기 착시현상을 위해서이며
다른 이유로는 더워서... ->이제 얼굴 본지도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갓 이발하고 오면 너무 무서운 얼굴임...
제발 머리 너무 짧게 안자르면 좋겠는데 차마 그 이유를 말을 못하겠음...할 수도 없음...

9. 삭발하고 훈련소 들어간 이후 생긴 별명이 "타이슨"

10. 부인이 배경이 매우 좋고 미인인데 A씨 본인도 하는 말이 "울 와이프는 내 얼굴 보고 결혼한 건 절대 아니야"
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몇 번이나 함...

11. 거래처 중에 정말 평균을 매우 상회하는 얼굴을 소유한 사장이 있는데 (50대 초반-매우 깨끗한 피부에 반듯한 이목구비,
키 190 호리호리한 체형, 젊은 시절 여자 꽤나 후렸을 페이스) 한 번은 그 사장이 업무차 왔다가 가니까 A씨 나에게 하는 말,
"민트야, 저렇게 얼굴 반듯하고 말 잘하고 매너있으면서 이렇게 영업활동 하는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아니?"
"글쎄요...?? 영업맨? 영맨?"
"아니, 날라리 라고 부르지 우리 바닥에서는"
ㄴ장난이지만 반듯한 얼굴에 대한 열폭이 느껴지는 한마디였음.

12. 내가 A씨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정말..정말로 47세였음. 그러나 현실은 37세.
또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내 주변의 30대 후반 그 나이의 지인을 비교해도 매우 매우 현격한 차이.
그리고 정신적으론 37세라고 인지하지만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와 엄청나게 나이 차이나는 느낌이 항상 있고
한 번씩 30대 후반의 젊은 느낌의 단어나 유머 구사시 깜짝 놀라게 됨.. 아.. 이 사람 30대 후반이지...



대충 이제까지 듣고 경험한 에피소드를 정리하면 이 정도인데
정말 A씨는 어렸을 때와 커서가 얼굴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고
(울 회사 장기근속 직원에게 물어봐도 A씨는 진짜 얼굴이 늙지도 않고 그대로라고 함)
젊었을 때는 오히려 더 날씬하고 얼굴에 살도 없어서 더 날카롭고 무서워 보였을 듯 하고
몇 개의 에피소드만 들어도 살면서 많은 손해가 있었음이 예상되며
솔직히 결혼한 게.. 그것도 미인 능력자 부인과 결혼한게 인복이 매우 큰 사람이라고
안쓰럽고 안타까운 점은 성격과 인상이 일치하면 사는게 편할 텐데
의외로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에 본인 의사를 잘 표현 못하는...
다시 말해서 남 말 하는 건 뭐든 다 수용하는데 본인 불만이나 싫은 소리는 잘 표출을 못해서
혼자 썩는 타입... (인상은 생뱀도 "남자라면~!!" 하면서 머리 물어 뜯을 것 같은 인상)



저도 얼마 전 타이레놀 사건도 그렇고 좋은 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아직까지는 인상이 정착된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노력은 하면서도
왜 나는 포토제닉한 미소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체 발광하는 얼굴을 타고난 것도 아니고,
이런 인상을 갖고 태어났을까 원망 겸  한탄을 하곤 했는데 (뭐 제 인상은 지금도 맘엔 안들지만)
이 A씨를 보면서 혼자 마음 속으로 위안을 가져 봅니다.
내 인상은 A씨에 비하면 100배 낫다.. 처음부터 0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 -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A씨 같은 사람도 있다. 솔직히 A씨처럼 웃을 때 더 무서운 인상은 아니지 않느냐...


뭐 이제 A씨야 회사의 간부고 결혼도 했고 더 이상 얼굴이 중요하게 먹히는 나이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본인 일을 남의 일처럼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 하면서 빵빵 터지게 남들도 웃길 수 있고,
또 결정적으로 이건 A씨의 일이지 남일이기에 재밌더군요 ㅎㅎ


역시 아무리 슬프고 더럽고 힘들고 그런 일이라도 남의 일이라면 재밌다는 진리.
모두 한 번 웃어보자는 뜻에서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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