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8일

뇌출혈 이야기와 웰다잉

재수가 없으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일어나네요.

엄친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친구가 대학 졸업하고 로스쿨 석사를 밟아야겠다해서
유수의 로스쿨에 원서를 넣고 이미 한 군데는 합격.
그러나 본인 기준으로 1지망은 아니고 다 떨어진다면
보험차원에서 갈 곳이고 본인이 원하는 로스쿨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

물론 보험든 로스쿨도 나쁜 곳은 아닌데 탑20에 드는 곳에
가고 싶어서 마음을 졸이던 나날이 계속 되던 중...

열흘 전부터 머리가 아프더랍니다.
머리가 아파서 슬슬 생활에 지장이 오고 처음 두통 이후 며칠 지나니
하루종일 누워있어야하고, 밥을 혼자 못 먹어서 엄마가 떠 먹여서
겨우겨우 조금 먹고... 하여튼 스트레스가 무섭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도 엄마도 주변 지인 모두..



근데 두통의 원인은...




열흘 전 엄마와 함께 동네 헬스장에 처음 갔답니다.
기구가 많은 편이라 운동해볼까 해서 갔는데
기구가 좀 빡빡하게 늘어선 편이라 그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한 번 귀 뒷부분 머리를 살짝 부딪혔답니다.
쬐끔 아파서 '아야~!' 소리 한 번하고 별 일 없었는데...

계속 머리 아파서 신경외과 다니고 막 그랬는데
MRI 찍어보니 뇌출혈 -_-

동네 작은 종합병원에서 진단 받고 바로 수술..
지금은 멀쩡합니다.

왜 큰 병원 안갔냐고 하니까 큰 병원 갈만큼 시간이 없었다고 ㄷㄷㄷ


결국 헬스장에서 기구에 살짝 머리 부딪히고 뇌출혈나서
갑자기 진단받자마자 수술을 ㅠㅠㅠ

그래도 젊어서 두통 열흘 치르며 버텼지 노인이었으면 바로 천국 ㄱㄱㅆ
수술 자체는 그냥 출혈 부위 지혈&닦아내는 거라 어려운건 아니라고..
월말 퇴원이랍니다.

이 이야기 듣고 참 재수없구나-_- 생각하며 뇌출혈은
자각을 못 한다는 교훈을 얻음..


두번째 뇌출혈 이야기,

엄친의 작은아버지 이야기..
60대 초반이시고 시골 지역의 유지로
물질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풍요롭게 사시던 분이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두통으로 병원에 갔는데 뇌출혈
역시 빨리 수술해야하는 상황.

이 케이스는 좀 여유가 있었는지 도의 가장 큰 병원에서 수술할려고 했는데
작은 사위가 의사였답니다. 그래서 작은사위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그냥 시골의 작은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작은사위네로 ㄱㄱㅆ

작은사위+다른 의사들이 수술을 했는데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수술 중 잘못되서
식물인간이 되셨답니다 ㄱ-.. ㅎㄷㄷㄷ

예전에 뉴하트 보니까 병원장이 자기 딸 수술은 자기 손으로 못하던데
가족이면 더 부담되서 안할듯하고 본인이 작은 병원에 있으면
그냥 큰 병원 가시라 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엎질러진 물..


더 황당한 건 수술 중 잘못이라 식물인간 이후 계속 머리뚜껑; 아니
두개골 상부를 못 덮고 병상생활을 무려 2년 2개월이나...
이 과정에서 간병하는 가족들은 황폐화됬죠..
돈도 돈이고 몸도 힘들고... 존엄한 죽음도 아니고...
평소에 운동도 많이하고 좋은 것도 많이 먹고 잘 걸어 다니다가
지속적인 두통으로 수술한건데 참...

목숨과 연관된 것에는 연고주의를 좀 버려야 될 듯도..
하여튼 참 고생하시다가 최근에 영면을 맞으셨다는군요.

이 분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기부, 착한 일 이런 생각이 막 나면서
(물론 고인분이 나쁘게 사셨다는 건 아니고)
곱게 죽기 위한 심적 마일리지라도 쌓아야되나 이런 생각이 들고..


예전에 웰빙, 유기농 유행 피크가 약간 지나고 넷 상에서 웰다잉 어쩌구
하는 글 보고 참 마음에 와닿았는데... 생각 난 김에 베스트 웰다잉 케이스도..


역시 엄마 친구분의 시어머니신가...
70대 중반이셨는데 30대 초반인가 아주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시고 6남매를 혼자 키우시면서 대학도 다 보내고
하여튼 고생을 무지 많이하셨는데, 타고난 천성+쾌활함으로
젊은 시절 고생 티가 안나게 밝은 분이셨답니다.

노인정에서 사교활동 많이 하시고 운동도 많이 하시고
정신 온전하고 건강하신 그런 분.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게 사시다가 어느날 자식들이 돈 모아서
노인 분들 가는 온천 여행 단체로 보내 드렸는데
2박 3일 잘 노시고 관광버스에서 노래 실력 뽐내시고
춤도 좀 제대로 춰 주시고 즐겁게 노시다 지쳐서 오는 길에
눈을 붙이셨는데 그 길로 영원한 휴식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아주 빵 터졌네요.
즐겁게 놀다가 기운이 떨어지셔서 ;;;
거의 스트레스 제로로 규칙적인 생활과 취미,사교활동을 많이하고
착한 일도 많이 하면 잘 죽을 수 있겠죠;;

나중에 잘 죽고 싶은데 예전에 예언 관련 다큐멘터리 보니까
2080년쯤 되면 평화롭게 죽는 것도 매우 힘든 행운이다라고
미래를 본 예언자가 뭐 그런 이야기 하던데...


조금 먹고 운동도 조금만 하고 건강식품은 중년쯤 되면 끊고
착한 일도 좀 하고.. 뭐 그렇게 살려구요..나중에 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