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7일

발 두개, 발 두개

오랫만에 엄마랑 통화하니 요즘 오랫만에 옛날의 취미생활을 살리셨더군요.
바로, "한지공예".. 예전에 엄마가 이거에 미치셔서 필통, 쟁반, 반짇고리, 작은 밥상까지
별 걸 다 만들고 한 달에 밥상 7개씩 만들어서 주변에 나눠주고 방 마다
하나씩 놓고... 그 땐 엄마가 좀 이상하다, 우리집 부도났나... 이런 생각도 했죠.
드라마에서 토끼 눈알 붙이는 것 처럼 엄마 부업하시나 ㅡㅡ;;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엄마가 오랫만에 버닝하는 걸 하나 찾으신 것 뿐..

거의 10년만에 옛 취미로 돌아가셨네요.


한지공예를 취미로 하는 분들을 위해 부품 판때기라고 해야하나 일반 하드보드지보다
3-4배 단단한 흰색 하드보드지 잘린 것 까지는 이미 되 있고, 기타 필요한 색한지,
초벌지 등등 필요 재료가 한 세트로 되 있는 게 얼마 해서 파는데
그거 몇 세트 사셔서 지금 작업 중이라 하시고, 다만 슬픈 건
옛날에는 작품에 붙이는 장식 무늬 자를 때 금방 칼질하고 깔끔하게 잘 잘랐는데
요즘엔 눈 아파서 오래 칼질도 못하고 옛날만큼 깔끔하게 못 자른다.
그리고 이런 작업하는게 지친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_-)


그래서 제가 위로를 해 드렸죠.
"엄마, 엄만 이제 나이들어서 예전보다 못 하는 거지만
난 젊어도, 어릴 때도 이런 손재주가 없었다. 옛날에도 미술 시간에 직선을
잘 못 그렸고, 지금도 자 대고 선 그을 때 자꾸만 사선이 된다 -_-,
자 대고 칼로 종이 잘라도 항상 삐뚤하다, 이런 사람도 있으니 감사해야한다!!"


엄마 왈, 자 대고 줄 긋는 건 원하는 선 긋는 것 만큼 위에서 10cm, 좌우에서 10cm
뭐 이런 식으로 점 찍고 선 그으면 직선 된다. <--해 봤다, 안 되더라...
엄만 원래 이렇게 재능있는데 난 뭐냐... 내 손은 모양만 손일뿐 기능은 발이다.
그래서 난 발 두개, 발 두개, 발 네개다 !!!

엄마 왈, ㅋㅎㅎㅎㅎㅎㅎ 그러면 기어다녀라~!!!
ㄴ고마워 엄마, 나도 회사에서 가끔 미칠 거 같을 때 기어볼까 고민했어.
제대로 실성했다 소리 들어보게 머리카락 입에 물고 막 침 흘리면서 ㅡㅡ;;

그런데 이 손이 발 사태에 대해서 제조자인 엄마가 좀 책임을 져 줬으면 해.
난 손재주가 너무 없어서 학교 생활이 고달플 때가 참 많았고 지금도 회사에서
종이 자를 때 항상 직선이 안되.. 어떡해해 ㅡㅡ;;


엄마 : 그냥 넌 손 말고 입으로 벌어 먹고 살아. 넌 말하고 살아야 되.


네.. 전 그냥 사실을 말하고 엄마 기분 좀 업 시켜드렸네요.
정말 손으로 하는 거는 밥 먹고, 키보드 두드리고, 신발 끈 묶고
이 이상으로 잘하는게 없네요. 게다가 선천적으로 쥐는 힘, 악력도 부족,
손 끝에서 손목까지 힘이 없어요. 손모가지 관절도 약해서 무거운거 들다가
잘 삐끗하고.. 팔뚝은 튼튼한데..

인터넷엥 종이공예 작품 자랑이나 가죽공예 하시는 분들 보면 참 부럽더군요.
제가 하면 재료 낭비에 스트레스만 받을 께 뻔해서 안하지만요.
내일은 두 발로 드디어 이틀 만에 출근하네요. 교육 받느라 이틀 회사 땡땡이;;
두 발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겠군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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